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보은관광

문화/역사

해설이 있는 시

대표시 11편

오장환 시인은 일찍이 길거리에 버려진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도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듣는 아름다운 환상과 직관의 시인이었다.

The Last Train 시의 해석
  • 저무는 驛頭(역두)에서
    너를 보냇다.
    悲哀(비애)야!

    改札口(개찰구)에는
    못 쓰는 車票(차표)와
    함께 찍힌 靑春(청춘)의
    조각이 흐터저 잇고
    病(병)든 歷史(역사)가
    貨物車(화물차)에 실리여 간다

  • 待合室(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즉도
    누귈 기둘러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맛나면
    목노하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追憶(추억)을 실고 가거라
    슬픔으로 通(통)하는
    모든 路線(노선)이 너의 등에는
    地圖(지도)처름 펼처 잇다.

길손의 노래 시의 해석
  • 立冬(입동)철 깊은 밤을 눈이 나린다.
    이어 날린다.
    못 견듸게 외로웁든 마음조차
    차차로히 물러 앉는 고흔 밤이여!

    石油(석유)불 섬벅이는
    客窓(객창)안에서
    이 해접어 처음으로 나리는 눈에
    람프의 유리를 다시 닥는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 그리움일래
    연하여 생각나는
    날 사랑하던 지난날의 모든 사람들
    그리운이야
    이밤 또한 너를 생각는
    조용한 즐거움에서
    나는 면면한 기쁨과
    寂寥(적요)에 잠기려노라.

  • 모든 것은 나무램도 서글품도
    또한 아니나
    스스로 막혀오는 가슴을 풀고
    싸느란 미다지 조용히 열면
    낫선집 봉당에는
    약탕관이 끓는 내음새

    이 밤 따러
    가신 이를 생각하옵네
    가신 이를 상고하옵네.

남포병원 시의 해석
  • 나의 병실 남으로 향한 창에는
    해풍이 조을고
    부두 앞으로 나아간 곡물 창고
    여기에 모이는 참새떼는
    자주 나의 창에 앉았다 갑니다.

    병든 사람도 깨끗이 흰 옷을 입음은
    이곳의 차림
    조심조심 음성을 낮춰
    상냥한 여의사 이국의 손님은
    밤사이 증세를 살필 제
    말없이 펴 보이는 나의
    “부끄와리”
    “하라쇼!”
    미소를 구슬같이 굴리며

    그는 책장을 덮는다.
    -평양에서 박사님을 뫼셔오리라
    그래도 안되면
    당신을 우리나라
    소련까지도 가게 하여
    온전히 낫게 하리다.
    쇠잔한 맥박을 헤이며
    성심껏 말하는 당신의 음성
    내 어찌 이곳에서
    낫지 않겠습니까.

  • 유리에 어둠이 까맣게 앉아
    창문이 스스로
    큰 거울을 이루는 밤이나
    깊은 잠 속에 바다 끝 등댓불이
    샛별같이 빛날 때에도
    타마라 알렉산드로브나!
    그대는
    당신의 잠 깨운 병자를 위하여
    웃음짓는 얼골엔
    사뭇 근심이 넘쳐라.

    이럴 때이면
    오랫동안 비꾸러진 나의 마음이
    몰래서 우는 것이 아니라
    내 고향 먼 곳에 계신 어머니시여!
    당신이 목마르게 그리워집니다.

    어머니여! 어머니여!
    당신이 자식들을 향하여 기울이는
    그 사랑과
    여기 수염자리가 거칠은 이 아들이
    어느 곳에서나 애타게 구하던
    크나큰 사랑이
    맑은 시냇가
    조약돌처럼 구르고 있습니다.

    조용한 희열이
    분수와 같이 흐트러지다가도
    숫제 뛰어보고 싶은 마음
    창 앞의 참새떼를 쫓으려 하여도
    그조차 날지 않는
    평화로운 나의 병실입니다.

바다 시의 해석
  •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씨비리 태양 시의 해석
  • 가도 가도 끝없는
    밀보리 이랑
    정오의 태양이 한데 어우러져
    이글거리는 들판!

    누런 들판은
    흠뻑 풍성한 햇살을
    마음껏 빨아들일 때

    문틋문틋
    곡식 익는 냄새에
    숨막혀하며
    넘치는 가슴의 가득한 기쁨을
    근로에 바치는
    이 나라 농민은
    얼마나 행복들 하랴!

    다시 백양나무와
    백화숲 둘러선
    시냇물을 찾아
    수천의 양과 소를 몰고 가는
    소년들의 유연한 노래

    하늘과 땅이
    서로 맞닿아
    눈부신 황금색 파도 물결치는
    가없는 곳에

    즐거운 하루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이곳의 젊은 남녀들
    저녁 바람 설렁이는
    밀보리 이랑 사이
    오솔길에서
    주고받을 그들의 사랑

  • 아 오래지 않아
    이 넓은 들로
    묵직한 콤바인 종횡으로 날리며
    또 한 해의 노력을 거두을 때에

    그들의 사랑 또한
    열매를 맺어
    첫눈이 창가에 피뜩이는
    이른 시월엔
    여기저기
    쌍쌍의 결혼식도 벌어지려니

    북국의 긴 밤이
    이슥토록 울려올
    손풍금과 바라라이카에
    사바귀 춤들!

    이글이글 타고 있는
    씨비리 태양
    그 아래 펼쳐진
    무연한 들판
    아 이곳에 함께 불붙는
    나의 생명력!

    한낮에도 내 마음
    넘치는 희열에
    취해지도다

황혼 시의 해석
  • 職業紹介(직업소개)에는
    失業者(실업자)들이
    일터와 같이 出勤(출근)하였다.
    아모 일도 안하면
    일할 때보다는 야위어진다.
    검푸른 黃昏(황혼)은
    언덕 알로 깔리어 오고
    街路樹(가로수)와
    絶望(절망)과 같은
    나의 ㄱㅡㄴ 그림자는
    群集(군집)의 大河(대하)에
    짓밟히었다.

    바보와 같이
    거물어지는 하늘을 보며
    나는 나의 키보다 얕은
    街路樹(가로수)에 기대어섰다.
    病(병)든 나에게도
    故鄕(고향)은 있다.
    筋肉(근육)이 풀릴 때
    鄕愁(향수)는
    실마리처럼 풀려나온다.
    나는 젊음의 자랑과
    希望(희망)을,
    나의 무거운 絶望(절망)의
    그림자와 함께,
    뭇사람의
    우슴과 발ㅅ길에
    채우고 밟히며
    스미어오는
    黃昏(황혼)에 마껴버린다.

    제집을 向(향)하는
    많은 群衆(군중)들은
    시끄러히 떠들며,
    부산ㅡ히 어둠속으로
    흐터저버리고.
    나는 空腹(공복)의
    가는 눈을 떠,
    히미한 路燈(노등)을 본다.
    띠엄띠엄 서 있는
    鋪道(포도) 우에
    잎새 없는 街路樹(가로수)도
    나와 같이 空虛(공허)하고나.

  • 故鄕(고향)이어!
    黃昏(황혼)의 저자에서
    나는 아릿다운
    너의 記憶(기억)을 찾어
    나의 마음을
    傳書鳩(전서구)와 같이 날려보낸다.
    情(정)든 고삿.
    썩은 울타리.
    늙은 아베의
    하-얀 상투에는
    몇 나절의 때묻은
    回想(회상)이 맻어있는가.
    욱어진 松林(속림) 속으로
    곱-게 보이는
    故鄕(고향)이어!
    病(병)든 鶴(학)이었다.
    너는 날마다
    야위어가는……

    어듸를 가도
    사람보다 일 잘하는
    機械(기계)는
    나날이 늘어나가고,
    나는 病(병)든 사나이.
    야윈 손을 들어
    오래ㅅ 동안
    墮怠(타태)와,
    無氣力(무기력)을
    극진히 어루맍었다.
    어두워지는
    黃昏(황혼) 속에서,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보이지안는
    黃昏(황혼) 속에서,
    나는 힘없는 憤怒(분노)와
    絶望(절망)을 묻어버린다.

病(병)든 서울 시의 해석
  • 八月(8월) 十五日(15일) 밤에
    나는 病院(병원)에서 울었다.
    너희들은,
    다 같은 기쁨에
    내가 운 줄 알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본 天皇(천황)의 放送(방송)도,
    기쁨에 넘치는 소문도,
    내게는 고지가 들리지 않었다.
    나는 그저 病(병)든 蕩兒(탕아)로
    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하였다.

    그러나 하로아츰 자고깨니
    이것은 너머나
    가슴을 터치는 사실이었다.
    기쁘다는 말,
    에이 소용도 없는 말이다.
    그저 울면서 두 주먹을 부루쥐고
    나는 病院(병원)에서 뛰쳐나갔다
    . 그리고,
    어째서 날마다 뛰쳐나간 것이냐.
    큰 거리에는,
    네 거리에는,
    누가 있느냐.
    싱싱한 사람,
    굳건한 靑年(청년),
    씩씩한 우슴이 있는 줄 알었다.

    아, 저마다 손에 손에
    깃빨을 날리며
    노래조차 없는 군중이
    ‘晩歲(만세)’로 노래 부르며
    이것도 하로 아츰의
    가벼운 흥분이라면 ......
    病(병)든 서울아,
    나는 보았다.
    언제나 눈물 없이 지날 수 없는
    너의 거리마다
    오늘은 더욱 짐승보다 더러운 심사에
    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와
    나다니는 사람에게
    호기 있이 몬지를 씨워주는
    무슨 本部(본부), 무슨 本部(본부),
    무슨 당,
    무슨 당의 自動車(자동차).

    그렇다.
    病(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도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싶이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미천을 털고 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나라 없는 원통함에
    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靑春(청춘)의 反抗(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反抗(반항)이어! 反抗(반항)이어!
    이 얼마나 눈물나게 신명나는 일이냐

  •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그리고
    정들은 나의 서울아
    나는 조급히
    病院門(병원문)에서
    뛰어나온다.
    포장 친 음식점,
    다 썩은 구르마에 차려 놓은 술장수
    사뭇 돼지구융같이 늘어슨
    끝끝내 더러운 거릴지라도
    아, 나의 뼈와 살은
    이곳에서 굵어졌다.

    病(병)든 서울,
    아름다운,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아
    네 품에
    아모리 춤추는 바보와
    술취한 망종이 다시 끓어도
    나는 또 보았다.
    우리들 人民(인민)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랴
    힘쓰는 이들을 ......
    그리고 나는 웨친다.
    우리 모든 人民(인민)의 이름으로
    우리네 人民(인민)의
    共通(공통)된 幸福(행복)을 위하야
    우리들은 얼마나
    이것을 바라는 것이냐.
    아,
    人民(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

    八月(8월) 十五日(15일),
    九月(9월) 十五日(15일)
    아니, 삼백예순 날
    나는 죽기가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울겠다.
    너희들은 모도다 내가
    시골 구석에서 자식땜에
    아주 상해버린
    홀어머니만을 위하야
    우는 줄 아느냐.
    아니다, 아니다.
    나는 보고 싶으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하눌이 ......
    그때는 맑게 개인 하늘에
    젊은이의 그리는 씩씩한 꿈들이
    흰 구름처럼 떠도는 것을 ......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서울아,
    나라 없이 자라난 서른 해,
    나는 고향까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길거리에서
    자빠져 죽는 날,
    “그곳은 넓은 하늘과
    푸른 솔밭이나 잔듸 한뼘도 없는”
    너의 가장 번화한 거리
    종로의 뒷골목
    썩은 냄새 나는 선술집
    문턱으로 알었다.

나의 노래 시의 해석
  •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새로운 墓(묘)에는
    옛 흙이 향그러

    단 한번
    나는 울지도 않엇다.

    새야 새 중에도 종다리야
    화살같이 나러가거라

    나의 슬픔은
    오즉 님을 向(향)하야

  • 나의 관역은
    오직 님을 向(향)하야

    단 한번
    기꺼운 적도 없엇드란다.

    슬피 바래는 마음만이 그를 좇아
    내 노래는 벗과 함께 늣끼었노라.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모촌 시의 해석
  •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 우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서리 차게 나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러붙든 밤.
    지붕밑 양주는 밤새워 싸웠다.

  • 박이 딴딴이 굳고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
    양주는 새박아지 뀌여 들고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 하였다.

붉은 山 시의 해석
  •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이따금 솔나무 숲이 있으나
    그것은
    내 나이같이 어리고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연합군입성 환영의 노래 시의 해석
  • 몰래 쉬던 숨을 크게쉬니
    가슴이, 가슴이,
    자꾸만 커진다
    아 동편바다 왼ㅡ끝의
    大陸(대륙)에서 오는 벗이어
    이 半球(반구)의 서편
    맨ㅡ끝에서 오는 同志(동지)여!
    이날 우리의 마음은
    祝砲(축포)에 떠오르는
    비둘기와 같으다.

    감격에 막히면
    아 言語(언어)도 소용없고나
    울면서 참으로
    기쁨에 넘쳐 울면서
    우리는 두 팔을 벌리지 않느냐

  • 들에 핀 이름없는
    꽃에서 적은 새까지
    모두 다 춤추고 노래 불러라.

    아 즐거운 마음은
    이 가슴에서 저 가슴으로
    종소리 모양 울려나갈 때
    이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聯合軍(연합군)이어!
    正義(정의)는,
    아 正義(정의)는 아즉도
    우리들의 同志(동지)로구나.

시의해석

The Last Train(1938년) 이 시는 역에서 화물차가 가는 걸 보면서 식민지 조국에 대한 비애와 병든 역사, 추억이 화물차처럼 실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찍혀서 구멍이 나고 못 쓰게 된 것은 차표만이 아니다. 시인의 젊은 날도 그랬다. 대합실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고 카인을 만나 목 놓아 울고 싶기도 하지만, 화자는 저무는 역두에서 열차가 그 모든 병든 추억과 병든 역사와 비애를 싣고 가 주기를 바란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가는 열차를 보면서 어느 노선의 열차를 타도 다 슬픔으로 통하게 되어 있는 비극적인 현실을 생각한다. 지도 어디를 펼쳐보아도, 식민지 땅 어느 공간 어느 시간을 선택해 보아도 삶은 비애의 노선을 벗어날 수 없다. 젊은 시인에게 그것보다 더 병든 역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열차의 노선으로 통하는 모든 슬픔과 추억, 천지시방 연결되는 모든 곳이 슬픔 아닌 것이 없는 비극적 현실과 병든 역사를 싣고 열차가 떠나가 주기를 바란다. 아니 떠나보낸다. 보내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보냈다고 했다. 보낸다는 이 행위에는 의지가 실려 있다. 그리고 열차가 마지막 열차(The Last Train)이기를 소망했을 것이다.

시의 해석

길손의 노래(1943년) 이 시는 깊은 겨울 밤 첫눈이 내리는 걸 보면서 객창 안에서 그리운 이를 생각하며 조용한 즐거움과 기쁨으로 변화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가 처한 현실이 아직도 싸늘하고 낯선 곳이지만, “싸늘한 미닫이 조용히 열면/낯선 집 봉당에는 약탕관이 끊는 내음새” 가 번져온다. 낯선 집에서 느끼는 따뜻한 삶의 냄새, 이 냄새는 생존의 향기이다. 삶의 의욕을 느끼게 하는 냄새이다. 일제의 억압과 폭력은 달라지지 않았고 더욱 강화되어 갔지만 오장환의 사유가 더 깊어지고 고요해진 것이다. 더 깊이 희망에 대해 생각하고 더 고요히 조국의 현실에 대해 고뇌한 것이다.

시의 해석

남포병원 남포소련 적십자 병원에서(1949년) 이 시에서 보면 화자는 상당히 여유를 찾은 모습이 역력하다. 삶의 여유와 조용한 희열,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병원도 정갈하고 깨끗하다. 그런 병원에서 상냥한 러시아 여의사의 치료를 받는다. 자기가 치료하다가 안 되면 평양에서 박사를 모셔오고 그래도 안 되면 소련까지 가서 치료를 받게 하겠다고 한다.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눈 여겨 보게 되는 대목은 병실의 창이 남쪽으로 향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창이 남으로 향해 있다는 것은 남쪽으로 향해 있는 화자의 관심을 암시한다. 그리고 어머니를 반복해서 세 번씩이나 부를 정도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고향을 떠나온 마음과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반복하던 화자의 마음이 다시 남포병원에까지 연장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머니가 자식들을 향하여 기울이는 가족적인 사랑, 혈육의 정으로서의 사랑과 아들인 화자가 구하는 ‘크나큰 사랑’ 즉 민족적인 사랑, 동포애, 인간애가 맑은 시냇가 조약돌처럼 많이 존재하고 잇다는 것이다.

시의 해석

바다(1934년) 1934년 2월 「어린이」 12권 2호에 발표한 시. 눈물은 여러 가지 속성을 지닌다. 그것은 아픔과 슬픔과 고통과 자기 정화와 억눌린 감정의 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그러나 오장환은 눈물을 미각적으로 표현한다. 눈물의 맛이 바닷물처럼 짜다고 한다. 짜다는 것은 아프다든가 슬프다든가 하는 것과 다르다. 아픔은 대개 심정적 차원이나 촉각적 차원으로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장환은 전혀 낯선 시각적으로 접근한다. 눈물의 맛을 보았다는 것은 고통과 슬픔을 심정의 차원이 아니라 경험으로 느끼고 체험으로 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더 절실히 다가오는 슬픔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시의 미적 완성은 1연에 있지 않다. 2연의 ‘뒤집어 생각하기’에 있다. 눈물이 일상의 삶속에서 솟는 것이라면 바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거기 스며들어 가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의 공간은 개인적인 슬픔에서 측량할 수 없이 더 넓고 큰 슬픔으로 확장된다. 눈물과 바다가 갖는 물이라는 유사성에서 출발하여 대구와 대조의 간결한 방식을 통해 짚어내는 슬픔의 의미가 깊고 크다.

시의 해석

씨비리 태양(1950년) 「씨비리 태양」은 러시아의 광활한 들판을 보면서 쓴 시다. 여기서 ‘씨비리’는 ‘시베리아’의 북한말이다. 화자는 풍성한 햇살을 마음껏 빨아들이는 들판과 들판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본다. 수천의 양과 소를 몰고 가는 소년들과 목동들의 노래와 백양나무 백화숲과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은 목가적이다. 한두 해 전에 남쪽에서 쓴 시의 분위기와 너무 다르다. 그런 황금색 파도가 물결치는 들판에서 주고받는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손풍금고 발라라이카와 춤, 이 시는 불같은 생명력으로 출렁이고 있다. 넘치는 희열과 불붙는 생명력과 황금색 곡식의 물결 위에 이글이글 타면서 쏟아지는 태양의 강렬함이 흘러넘치고 있다.

시의 해석

황혼(1937년)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단한 생활, 일자리를 찾아 실업자들의 모습 속에 섞여 짓밟히는 생활의 절망을 주체하기 힘들 때 마음은 고향으로 향한다. 마음이 고향으로 향할 때는 근육이 풀릴 때이다. 노동의 근육, 노동의 긴장이 풀릴 때 마음은 고향으로 향한다. 황혼이 질 때 마음은 고향을 향해 비둘기처럼 날아간다. 황혼은 돌아가야 할 곳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이때 고향은 지친 몸을 쉬게 해줄 안식처로 떠오른다.

그러나 화자에게 고향은 정든 풍경과 병든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곳이다. 고향은 정든 풍경, 고운 풍경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식민지 지배와 착취로 병들고 쇠잔해져 가고 있는 곳이다. 도시에서 살고 잇는 화자도 병이 들었고 고향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도 점점 늙고 기력이 다해간다. 그래서 황혼 속에서 힘없는 분노와 절망을 묻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시의 해석

병든서울(1945년) 「병든 서울」은 8.15해방을 맞은 지 40여일 뒤인 9월 27일에 쓴 오장환의 대표적 장시이기도 하다. 「병든 서울」은 다분히 자전적인 서술로 되어 있다. 총 9연 72행으로 이루어진 시다. ‘병든 서울’ 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먼저 병든 것은 화자인 ‘나’이다. 나는 민족적 고통이 아닌 개인적인 질병으로 죽어가야 하는 것이 원통했을 것이다. 식민지 조국의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한 개인으로 죽는다는 것, 그것이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육체는 병들었고 정신적으로는 스스로를 불효한 탕아라고 생각한다. 고향과 어머니를 떠나 타향을 떠돌며 살다가 병들어 돌아온 것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거리에서 나는 서울이 병들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조국의 해방을 장사의 대상으로 바꾸는 자본주의의 병폐, 속물주의와 한탕주의에 실망한다. 두 번째는 정치이념이 분열하는 모습에 실망한다.

「병든 서울」안에는 서울을 가리키는 말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등장한다. ‘병든 서울’은 당시의 서울의 상태를 나타낸다. 심리적으로는 ‘다정한 서울’이다.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서울’, ‘정들은 서울’은 이렇게 느끼고 살고 싶고 사랑해온 서울이다. 그러나 그 서울이 ‘미칠 것 같은 서울’ 이라는 것은 갈등과 모순이 복잡하게 얽힌 서울이면서 화자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투영된 서울이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은 해방의 크나큰 사회적 변화가 지나가는 서울을 말하는 것이고 그 서울의 하늘이 맑개 개이기를 바라는 것은 식민지 압제의 잔재, 제국주의 침략의 잔재와 봉건적 잔재가 사라진 민족의 하늘을 의미한다. 그런 하늘 위에 자기같이 병든 시인이 아니라 씩씩한 젊은이들의 꿈이 흰 구름처럼 떠도는 서울의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서울’, ‘자랑스런 서울’은 자신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서울의 모습이다. 아름답고 자랑스럽고 그래서 사모하게 되는 서울을 꿈꾸는 것이다.

물론 서울은 이 도시, 이 나라, 이 땅의 의미까지를 함께 지니고 있다. 「병든 서울」이 당시 주목받았던 이유는 도식적 구호를 앞세워 무조건적으로 인민의 나라를 건설하자고 계몽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 비판을 통한 진실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병든 서울」에서 오장환이, 해방이 된 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장 바라는 일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새 나라 건설이었고 인민이 주체가 되어,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인민의 힘으로 새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시의 해석

나의 노래(1939년) 이 시의 화자는 내가 노래 부를 수 없게 된 날, 즉 내가 살아 있지 않게 되는 날, 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3연씩 3부분의 의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번째 의미단락의 내용은 죽음을 덮는 흙도 향그럽기 때문에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2번째 의미단락은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해 종다리처럼 날아갔고 3번째 의미단락은 슬픈 희망을 품고 그(님)을 좇아 벗과 함께 노래하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님)는 내 노래를 들어주던 분, 내 슬픔을 알아주던 분, 내 삶의 과녁이요, 목표이던 분일 것이다. ‘묘’와 ‘향그러 흙’도 죽음과 새로움을 의미한다. 새로움과 향그러움 때문에 죽음 앞에서도 울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꽃은 죽음을 딛고 핀 꽃이다. 무덤 위에 아름답고 영원한 생명을 노래하는 문학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이 속에 담겨 있다.

시의 해석

모촌(1936년) 화자의 눈에 아프게 비친 식민지조국의 농촌의 현실은 이런 것이었다. 박 한 통으로 양식을 하고 그것으로 바가지를 만들어 구걸을 떠나는 농민의 모습을 화자는 말없이 지켜본다. 그것은 지향 없는 유랑걸식의 시작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유이민이 되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 그렇게 뿌리를 잃고 떠돌아야 하는 식민지 치하의 농민들의 삶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토지강점과 경제적 착취에서 시작된 기아와 빈궁이 그 당시 농민들의 삶이다. 「모촌」의 썩어가는 추녀는 당대 조선 농민의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모촌’은 저물어가는 농촌이면서 기울고 있는 민족현실을 의미한다. 이렇게 저물어간 뒤에 곧 어둠이 올 것임을 암시한다.

시의 해석

붉은산(1945년) 오장환은 고향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 고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쓴 시, 도시로 떠나와 고향을 그리워하며 방황하는 마음을 노래한 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시들을 썼다. 그 중에서도 고향에 대해 가장 명료하게 말하고 있는 시가 「붉은산」이다. 공간적으로 낯 선 곳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고향뿐이며 시간적으로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고향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붉은산’은 고향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다. 우리 산은 붉은 산이었다. 가는 길에 소나무 숲을 만나면 거기서 고향을 만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무는 아직 어리고 고향의 소나무에 미치지 못한다. 차라리 붉은 산에서 고향을 만나며 그 고향은 국토의 의미에서 조국의 의미로까지 확장된다. 아무리 낯선 타향을 떠돌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이 시는 노래하고 있다.

시의 해석

연합군 입성 환영의 노래(1945년) 이 시의 화자에게 조국 해방의 감격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시 한편에 ‘아’라는 감탄의 말이 네 번, 같은 말의 반복이 네 번씩이나 나온다. 반복과 감탄으로 해방의 기쁨과 감격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를 해방 시켜준 연합군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연합군을 정의라고 믿고 동지라고 믿는다. 식민지제국주의를 몰아낸 연합국의 힘을 정의라고 보는 것이다. 또 해방 전에 쓴 시의 화자가 대부분 ‘나’였던 것이 ‘우리’로 바뀌고 있는 점도 다른 점이다. 개인적인 자아에서 공동체적인 자아로 확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 시의 가치는 당시의 역사를 감성적으로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서 역사를 역사보다 더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데 있다.